“월요일 오전은 늘 광고 관리자 화면을 열어 놓고 엑셀에 숫자를 옮기는 걸로 시작해요.”
킥오프 미팅에서 담당자분이 하신 말씀인데요, 웃으면서 말씀하셨지만 가볍게 넘길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이 회사에서 마케팅은 그 한 분이 전부 맡고 계시고, 그분의 월요일 오전은 매주 똑같은 곳에 쓰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도 비슷한 월요일을 보내고 계시지 않나요? 광고 매체별로 화면을 열어 숫자를 옮기고, 지난주와 비교하고, 보고서 형태로 다시 정리하는 일 말입니다. 아무래도 마케팅을 혼자 맡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쯤은 겪어보셨을 텐데요. 저희가 AX 컨설팅을 진행하면서도 가장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담당했던 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담당자의 시간이 어디로 새고 있었는지, 그중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을 사람에게 남겼는지, 그리고 되찾은 시간을 어디에 쓰게 되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담당자의 시간은 어디로 새고 있었을까?
이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입니다. 고객은 온라인에서 모으지만 실제 서비스 결제는 여러 경로로 나뉘어 들어오는 구조였고, 마케팅 담당자 한 분이 광고 운영부터 웹사이트 관리, 경영진 보고까지 전부 맡고 계셨습니다.
킥오프 미팅에서 담당자분의 일주일을 같이 그려 봤는데요, 시간이 새는 곳은 크게 세 군데였습니다.
- 모으는 시간: 광고 매체마다 화면을 따로 열어 지난주 숫자를 엑셀에 옮깁니다. 서비스 결제도 결제 플랫폼, 전화, 메신저로 나뉘어 들어오다 보니 결제 건수를 세는 것부터 손으로 해야 하죠.
- 맞추는 시간: 광고비는 광고 화면에, 서비스 결제는 결제 시스템에, 웹사이트 유입은 분석 도구에 각각 흩어져 있고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떤 광고가 서비스 결제를 만들었는지는 결국 감으로 채우게 됩니다.
- 보고하는 시간: 경영진이 보실 표를 매주 다시 만들고, 왜 이런 숫자가 나왔는지 설명을 덧붙입니다.

정작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은 이 세 가지가 끝난 다음에 오는데요. 어느 매체에 예산을 더 쓸지, 어떤 소재를 만들지, 웹사이트의 어디를 고칠지 같은 ‘판단’입니다. 하지만 모으고 맞추고 보고하는 데 시간을 다 쓰고 나면 정작 판단할 시간이 남지 않고, 그러다 보니 광고는 지난주와 똑같이 돌아가게 됩니다. 매주 리포트는 만들고 있는데 정작 리포트를 보고 바꾼 건 없는 상황, 한 번쯤 겪어보셨을 텐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AI를 활용해야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까요?
2. 무엇을 AI에 넘기고 무엇을 사람에게 남겨야 할까?
AI 컨설팅이라고 하면 ‘AI로 뭘 새로 해 볼 수 있을까?’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반대로 접근하는데요. 지금 매주 하고 있는 일 중에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부터 AI에게 넘깁니다. 새로운 일을 만들어 주는 AI는 담당자가 챙겨야 할 일을 하나 더 늘릴 뿐이고, 이미 하던 일을 없애 주는 AI만이 담당자에게 시간을 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으로 위에서 소개했던 담당자분의 업무를 나눠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넘길 일 (규칙이 정해져 있다) | 남길 일 (판단이 필요하다) |
|---|---|
| 매체별 광고 숫자 모으기 | 어느 매체에 예산을 더 쓸지 |
| 광고비·유입·서비스 결제를 한 표에 맞추기 | 어떤 고객을 노릴지 |
| 지난주 대비 변화 정리하기 | 어떤 소재를 더 만들지 |
| 보고서 틀 채우기 | 웹사이트 어디를 고칠지 |
왼쪽은 매주 같은 순서로, 같은 곳에서, 같은 형식의 숫자를 가져오는 일입니다. 사람이 하면 지루하고 실수도 생기기 마련이지만, 기계 입장에서는 가장 쉬운 일이죠. 반면 오른쪽은 회사의 사정과 브랜드의 방향, 고객의 성격을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인데요. 이 부분까지 AI에게 맡기면 그럴듯한 문장은 나오겠지만, 그 결정을 책임질 사람이 없어집니다. 비유하자면 매주 장을 봐 오는 일은 맡기되, 그 재료로 어떤 메뉴를 낼지는 담당자분이 직접 정하는 셈이죠.
3. 월요일 아침, 사람보다 리포트가 먼저 도착한다
이 기업의 월요일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담당자분이 출근하면 지난주 마케팅 운영 성과 리포트가 이미 메일함에 도착해 있습니다. 매체별 광고비와 유입, 서비스 결제가 한 표에 정리되어 있고, 지난주와 달라진 점이 짧은 문장으로 덧붙여져 있는데요. 숫자를 모으는 일은 미리 짜 둔 스크립트가, 달라진 점을 문장으로 정리하는 일은 AI가 맡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손을 대는 단계는 없죠. 이런 환경을 담당자 PC에 어떻게 남기는지는 지난 글에서 다뤘으니, 이번 글에서는 그다음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리포트가 도착한 뒤 담당자분이 하는 일은 하나입니다. 리포트를 읽고 결정하는 것이죠. 실제로 몇 달 사이에 이런 결정들이 있었습니다.
- 광고를 보여 줄 대상을 아직 멀리 있는 잠재 고객에서 구매 결정에 가까운 고객으로 좁혔습니다. 멀리 있는 고객은 반응이 거의 없고, 구매 직전 단계에서 검색하는 고객이 실제로 움직인다는 것이 리포트에서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 한 매체의 캠페인 목표를 ‘웹사이트 유입’에서 그 매체 안에서 끝나는 전환 행동으로 바꿨습니다. 단순 트래픽 캠페인보다 전환 목표의 학습을 진행한 캠페인에서 효율이 좋다는 것을 리포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 고객이 이미 특정 문의 경로로 서비스를 결제하고 있다면, 그 습관을 바꾸려 하는 대신 그 경로로 바로 연결되는 매체에 예산을 더 실었습니다.
세 가지 모두 리포트가 알려 준 답은 아닙니다. 리포트를 읽은 담당자분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린 판단이죠.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담당자에게 그 판단을 할 시간과 근거가 확보되었다는 것입니다.
4. 아껴진 시간은 어떻게 활용될까?
자동화의 성과를 ‘몇 시간을 줄였는가’로만 보면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더 중요한 건 그 시간이 어디로 갔느냐입니다.
이 기업의 담당자분은 모으고 맞추던 시간을 브랜드의 이미지를 디자인하고 웹사이트를 개선하는 데 더 할애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성격상 할인이나 대량 메시지 발송으로 고객을 끌어올 수 없는 곳이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는데요. 그동안은 소재를 새로 만들 여력이 없어 같은 이미지가 계속 돌고 있었고, 웹사이트도 손볼 시간이 없어 서비스 결제로 이어지는 동선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분위기에 맞춰 영상 콘티를 AI와 함께 짜고 장면별 이미지를 만들어 보는 한편, 리포트에서 확인된 이탈 지점을 따라 결제 버튼의 위치와 문구, 페이지의 구성을 하나씩 고쳐 나가고 계십니다.
이 작업에도 AI를 쓰지만, 앞서 이야기한 리포트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리포트 자동화는 사람의 업무 시간을 줄여주는 일이고, 브랜드 이미지 제작이나 웹사이트 개선에서의 AI는 사람의 판단을 실행시켜 주는 보조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컨설팅이 끝난 뒤에도 자동화는 계속된다
AX 컨설팅에는 정해진 기간이 있습니다. 컨설턴트가 만든 자동화가 컨설턴트와 함께 떠나 버리면, 담당자의 월요일은 원래대로 돌아가게 되겠죠. 그래서 넘겨드리는 자리에서 세 가지를 꼭 확인합니다.
- 담당자가 직접 멈추고 고칠 수 있는가: 리포트가 이상하게 나왔을 때 어디를 보고 어떻게 멈추면 되는지를 담당자분이 알고 계셔야 합니다. 터미널을 다루지 않아도 데스크톱 앱에서 결과를 확인하고 수정을 요청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내재화했는데요, 그 이상을 요구하면 오히려 쓰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 접근 권한이 회사 기준으로 정리되어 있는가: 광고 계정과 분석 도구에 연결된 권한은 읽기 전용으로, 개인 계정이 아니라 회사 계정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자동화가 누군가의 개인 계정에 매달려 멈추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 비용을 예측할 수 있는가: AI 도구는 요금 구조가 제각각이라 구독료를 냈는데도 API 사용 등으로 별도 요금이 나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예산 범위 안에서 작업이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설계합니다.
자동화는 만드는 것보다 멈출 기준과 넘겨줄 상태를 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듭니다. 저희가 직접 운영하는 다른 자동화도 마찬가지인데요. 콘텐츠를 자동으로 발행하는 파이프라인에서 이미지 생성이 실패해 사진 없이 원고만 나온 날, 발행 자체를 멈추도록 해 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만든 사람이 멈출 기준까지 함께 정해 두어야, 담당자분이 자동화를 계속 믿고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 마케팅을 맡고 계신다면?
비슷한 상황이라면 도구를 고르기 전에 아래 세 가지부터 적어 보시길 권합니다.
- 매주 같은 요일에 같은 순서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 그중 복잡한 의사 결정 없이 규칙대로 진행되는 일은 무엇인가요?
- 그 일이 사라지면, 남는 시간을 어디에 쓰고 싶나요?
세 번째 질문에 답이 없으면 자동화는 ‘시간이 조금 남는’ 데서 끝나기 쉬운데요. 반대로 세 번째 답이 분명할 때, 자동화는 마케팅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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