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뭘 해야 하는지는 알겠는데, 정작 우리 팀 일 중에 뭘 맡겨야 할지 모르겠어요.”
AI 활용 컨설팅을 시작할 때 담당자분들께 가장 자주 듣는 말인데요. 교육도 받아 보고 챗봇 창도 열어 봤지만, 막상 월요일 아침에 앉으면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올해 초 저희가 마케터 106명에게 물었을 때도 원하는 AI 지원 1순위는 교육이 아니라 업무 자동화 구축이었습니다. 무엇을 자동화해야 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도구를 아무리 잘 알아도 일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떤 일을 AI에게 맡겨야 실제로 일이 편해지는지, 그 일을 고르는 기준과 순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도구 이야기는 최대한 빼고, 지금 하고 계신 일을 어떻게 나눠 볼지에 집중하겠습니다.
1. AI에게 맡기면 편해지는 일의 공통점 3가지
저희가 올해 여러 기업과 AI 활용 과제를 정하면서 확인한 것이 있는데요. 맡기고 나서 실제로 시간이 줄어든 일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 반복되는 일: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순서로 하는 일입니다. 월요일 성과 집계, 금요일 주간 보고, 매일 아침 경쟁사 가격 확인 같은 것들이죠.
- 정해진 규칙이 있는 일: 어디서 무엇을 가져와 어떤 형식으로 정리할지가 이미 정해져 있고, 중간에 사람의 판단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인수인계 문서 한 장이면 똑같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데이터가 축적된 일: 광고 계정, 분석 도구, 주문 시스템, 리뷰 플랫폼처럼 숫자가 쌓이는 곳이 정해져 있어서, 연결만 하면 사람이 옮겨 적을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일은 사람에게는 지루하고 실수가 나기 쉬운 일이지만, 기계 입장에서는 가장 쉬운 일입니다. 반대로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AI에게 맡겨도 편해지지 않습니다. 반복되지 않는 일은 맡기는 데 드는 수고가 더 크고, 규칙이 없는 일은 매번 결과를 고쳐야 하고,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은 일은 결국 사람이 숫자를 복사해 넣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자동이체와 비슷합니다. 매달 같은 날 같은 금액이 나가는 공과금은 자동이체로 걸어 두지만, 이번 달 어디에 돈을 쓸지는 통장 주인이 정하죠. AI에게 맡길 일을 고르는 것도 무엇이 자동이체 같은 일인지를 찾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2. 마케터의 일주일을 세 칸으로 나눠 보세요
그렇다면 실제 마케팅 업무는 어떻게 나뉠까요? 세 칸 중 어디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AI를 쓰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 맡길 일 (사람이 빠져도 된다) | 함께할 일 (AI가 초안, 사람이 결정) | 사람이 할 일 (AI는 자료만) |
|---|---|---|
| 매체별 성과 숫자 모아 한 표로 만들기 | 광고 소재 문구·이미지 변형안 만들기 | 예산을 어느 매체에 얼마나 쓸지 |
| 주간·월간 리포트 틀 채우고 전주 대비 변화 쓰기 | 블로그·SNS 콘텐츠 초안 | 어떤 고객을 노릴지 |
| 경쟁사 가격·노출 순위 정기 수집 | 리뷰·문의에 대한 답변 초안 | 브랜드 톤과 메시지 |
| 리뷰·문의를 유형별로 분류해 모으기 | 키워드·트렌드 리서치 정리 | 캠페인 목표와 KPI |
| 광고 링크의 추적 파라미터 생성 | “지난달 매출 어디서 왔어?” 같은 데이터 질문 | 가격 정책, 프로모션 여부 |
| 정해진 시간에 콘텐츠 발행·발송 | 회의록·보고서 요약 | 최종 발행과 발송 승인 |
왼쪽 칸은 1장에서 본 세 가지 공통점이 모두 있는 일입니다. 여기서는 사람이 과정에서 빠지는 것이 목표라서, 결과만 받아 보고 이상할 때만 들여다보면 됩니다. 가운데 칸은 AI가 여러 안을 빠르게 만들어 주지만 고르는 것은 사람이어야 하는 일이고요. 오른쪽 칸은 회사의 사정과 브랜드의 방향을 아는 사람만 정할 수 있는 일이라, AI에게는 판단에 필요한 자료 정리까지만 요청합니다.
3. AI 도입 전 확인할 것 4가지
왼쪽 칸에 들어갈 일을 골랐다면, 바로 자동화에 들어가기 전에 네 가지를 먼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저희가 컨설팅에서 자동화보다 측정 환경 정리를 먼저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데이터가 실제로 연결되어 있나요? 광고비는 광고 화면에, 매출은 주문 시스템에, 유입은 분석 도구에 따로 있고 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자동화는 틀린 표를 더 빨리 가져다줄 뿐입니다. 어떤 숫자는 잡히고 어떤 숫자는 안 잡히는지를 먼저 분명하게 나눠야 합니다.
- 입력과 출력의 형식이 정해져 있나요? 리포트라면 어떤 항목이 어떤 순서로 들어가는지, 소재 변형이라면 규격과 금지 표현이 무엇인지가 문서로 있어야 합니다. 형식이 매번 바뀌는 일은 아직 규칙이 없는 일이라 가운데 칸에 두는 편이 맞습니다.
- 잘못 돌아갔을 때 누가 어떻게 알게 되나요? 자동화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워크플로우를 만드는 것보다 언제 멈출지 기준을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데이터가 비어 있으면 발송을 멈출지, 이상한 숫자가 나오면 누구에게 알릴지를 미리 정해 두어야 사람이 결과를 믿고 쓸 수 있습니다.
- 비용이 예산 범위 내에 있나요? AI 도구는 월정액 구독, 선불 크레딧, 쓴 만큼 나가는 후불 과금으로 요금 구조가 나뉘는데요. 자동으로 반복 실행되는 일을 후불 과금이나 자동 충전이 켜진 도구에 올려 두면 모르는 사이에 요금이 쌓일 수 있습니다. 어떤 도구가 어떤 방식으로 과금되는지를 담당자분이 알고 계셔야 합니다.
이 네 가지가 준비된 일을 AI에게 맡기면, 컨설팅이 끝나거나 담당자가 바뀌어도 자동화가 멈추지 않고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4. 이번 주부터 시작하는 순서
거창한 도입 계획보다 이번 주에 바로 해 볼 수 있는 순서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이번 주에 한 일을 전부 적어 봅니다. 회의, 보고, 숫자 정리, 소재 요청, 문의 응대까지 빠짐없이 적습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면 늘 하던 일은 빠지기 쉽습니다.
- 그중 지난주에도 똑같이 한 일에 표시합니다. 같은 요일, 같은 순서로 반복된 일이 1장에서 본 첫 번째 조건에 해당합니다.
- 표시한 일 중에서 판단 없이 규칙대로 한 일만 남깁니다. “이건 내가 봐야 아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일은 가운데 칸으로 보냅니다.
- 남은 일 중 하나만 고릅니다. 한꺼번에 여러 개를 자동화하려 하면 어느 것도 끝나지 않는데요. 매주 가장 먼저 하고 가장 지루한 일 하나가 좋은 출발점입니다.
- 한 달 뒤에 되돌아봅니다. 그 일이 사라진 시간을 어디에 썼는지 적어 보세요. 소재를 더 만들었는지, 웹사이트를 손봤는지, 아니면 그냥 다른 반복 업무로 채워졌는지에 따라 다음에 맡길 일이 정해집니다.

실제로 한 기업에서는 반복되고 규칙이 정해진 일부터 골라, 매주 월요일 광고 화면을 열어 엑셀에 숫자를 옮기던 일을 자동화했고, 담당자분은 그 시간을 브랜드 이미지와 웹사이트를 다듬는 데 쓰게 되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아래 케이스 스터디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오픈소스마케팅 블로그글 | AX 컨설팅 케이스 스터디 - 매주 월요일 엑셀에 숫자 옮기는 일, 꼭 사람이 해야 할까?
반복되는 일을 먼저 찾으세요
AI를 도입한다고 하면 새로운 일을 떠올리기 쉽지만, 일이 편해지는 순서는 반대입니다. 지금 반복하고 있는 일을 찾아내고, 그중 판단이 필요 없는 부분부터 AI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입니다. 새로운 일을 만들어 주는 AI는 할 일을 하나 더 늘릴 뿐이고, 이미 하던 일을 없애 주는 AI만이 시간을 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업무 목록을 한 번 적어 보시고, 지난주와 똑같이 한 일에 표시해 보세요.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오픈소스마케팅은 담당자가 이미 하고 있는 반복 업무에서 출발해, 회사에 남는 AI 업무 환경을 만드는 AX 컨설팅을 진행합니다. 우리 팀의 일 중 무엇부터 맡길 수 있을지 함께 점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 주세요.